[시로 보는 영화, 무비포임 시리즈] 패왕별희 - 虞姬別王

※시로 보는 영화, 무비포임입니다. 창작 시와 함께 영화에 여운을 더해보세요.
두 경극 배우들의 시대상과 얽힌 비극적인 로맨스 영화 [패왕별희]와
샬로에 대한 우희의 이별을 표현한 창작시 [虞姬別王 우희별왕]입니다.
아래의 OST와 함께하시면 더욱 풍부한 감상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The Curtain Falls - Hu Bing Xu
[무형의 이름]
떠나지 마오
붙잡은 두 손
놓지 마오
떨리는 두 눈
문득이 생각나는
나의 어린
어린 시절
여섯번째의 이름 없는 손가락
어머니와 함께 잘려나간 그 덩이를
그대 기억에도 있나.
나를 불쌍히도 여겨주던
그 형체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동정을
그 손가락 아직 붙들려 있다면 잡을 수 있었나.
연민으로라도
더 애달피 붙잡은 두 손에라도
내 평생을 당신
나의 무대
나의 왕만을 꿈꿨네
떠나셨나
휘청인 두 손
놔버렸나
꾹 감은 눈, 뒤로 하고
떠나오
우희가 되어
이만 놓아버리오
내가 되어

[虞姬別王 우희별왕]은
영화의 엔딩 중 스스로 목을 베어내던 청데이의 입장을 표현한 시입니다. 영화의 제목은 패왕이 우희와 이별한다는 뜻에서 패왕별희이지만, 이 장면을 통해 실제로 감독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희인 청데이가 패왕 샬로와 이별한다하여 우희별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샬로는 어린 시절부터 상황을 쉽게 생각하는 가칭 상남자식 사고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외받아 방어적인 친구에게 천진난만하게 다가가거나, 무대가 망가져도 유쾌하게 웃어넘기며 사건을 항시 무마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단순한 사고방식은 사랑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상남자 샬로는 완전히 이분법적인 사랑을 합니다. 그는 평생을 청데이와 주샨만을 아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청데이는 우정으로써, 주샨은 연인으로써 말입니다. 그는 우정과 연인을 분리하는 방식으로, 각 대상에게서 사랑을 충족하는 모자람 없는 삶을 삽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와 끝이 좋지 않았던 이유 또한, 그의 단순한 사랑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데이와 주샨은 각자 결핍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우정과 연애가 충족된 샬로는 굉장히 매력적이었을 것이죠. 그러나 샬로는 항상 우정과 연애 그 중 반만의 사랑을 제공했기에, 결국 청데이와 주샨은 나머지 반 쪽의 사랑도 갈구하게 됩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그의 사랑을 받기 위해 수동적인 살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청데이의 경우 샬로와의 연애를 위해 패왕과 우희가 되는 무대에 매진했고, 반대로 주샨은 샬로와의 우정마저 가지고 싶어 경극을 멈추라 매달립니다. 샬로는 두 사람 모두 소중했기에 갈팡질팡하였고, 결국 이 행동이 쌓여 청데이와 주샨 사이의 간극을 넓히는 데에 일조하고 말죠.
그런데 그런 결핍을 가진 두 사람 중에서, 관객이 청데이에게 더 몰입하고 공감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청데이가 사랑을 쟁취하는 방식에서 비롯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앗고 억압하는 주샨과 달리, 청데이는 스스로의 것을 발전시키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죠. 무대를 잘하는 자신의 재능으로써 사랑을 충족시키고자 했기에, 그 모습이 더욱 애달프고 아름다워 보였던 것입니다. 다만 상남자 샬로에게는 그것이 단순히 경극에 미친, 혹은 자신보다 경극을 더 애정하는 친구 청데이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그렇게 우정 그 이상을 바랬으나, 우희가 아니고선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달은 청데이입니다. 그는 마지막 실낱같은 재능으로 어떻게든 그와의 사랑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결국 그 재능마저 빛을 잃고 마침내 패왕을 놓습니다. 더 이상 그를 사랑으로 붙들 수 있는 카드가 없기 때문이지 않았을까요.
그리하여 영화는 경극의 대본에 따라 패왕별희이지만, 실은 우희별왕의 스토리 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패왕 샬로는 끝까지 우희 청데이를 놓지 않았습니다. 연인의 감정은 없는 반쪽짜리 사랑으로써 말이죠. 하지만 이별이라는 것은 연인이 우정과 합쳐져 비로소 사랑이 되었을 경우에만, 이별이 되지요. 그렇기에 친구이면서 동시에 상대를 연인으로 생각한, 오직 우희만이 사랑처럼 이별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것입니다. 떠올려 보세요, 친구 사이에 멀어짐을 결코 이별했다 말하지는 않죠.
시는 샬로에게 자신을 사랑해달라 애달파하는 청데이의 외침으로 시작됩니다. 떠나지 말라고, 놓아버리지 말라고 외치는 그 혹은 그녀의 외침에도 패왕 샬로는 우정 그 이상으로는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상황 속에서 청데이는 마치 삶의 마지막 순간처럼 찰나의 파노라마가 지나갑니다. 그의 잘려나갔던 여섯번째 손가락을 떠올리며, 그것이 아직 남아있었다면 샬로가 자신을 불쌍히 여겨서라도 좋아해줬을까, 손가락 하나를 더 보태서라도 그를 붙잡을 수 있었을까 탄식하죠. 그리고는 청데이로써의 한계를 깨닫고는, 결국 우희가 되어 패왕을 떠나며 시는 막을 내립니다. 자신을 버려서라도 우희가 되어 샬로, 패왕과 함께 하고자 한 것이죠.
우희는 패왕에게 1분 1초도 떨어지지 않는 평생을 약속받고자 했습니다. 그의 삶이자 무대인 평생이 곧, 샬로였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그 약속을 어떻게 떠올렸을지 궁금해집니다. 자신을 향한 샬로의 사랑은 시작된 적이 없으니 무용한 삶이었을까요 아님, 죽기 전까지 우희로서 패왕과 함께 남았으니 평생의 꿈을 이룬 것일까요. 더 이상은 들리지 않을 우희가 된 그의 목소리가, 채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끝난 시의 마지막 연처럼 잔잔하게 여운을 남깁니다.
출처: 본인 네이버 블로그
https://blog.naver.com/morniggood/22381412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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