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드>와 유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네오 소라의 단편영화 <슈가 글라스 보틀>을 보고 왔습니다.
<해피엔드>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이 <해피엔드>보다 맘에 들었는데,
어떤 점이 그렇게 훌륭하다고 생각하는지 간단한 해석 겸 후기를 적어봤습니다.
단편영화 <슈가 글라스 보틀>은 시비가 붙은 두 학생이 언성을 높이다 마마보이냐는 소릴 들은 학생이 유리병으로 상대의 머리를 내리치는 다소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오프닝 타이틀이 사라지고 이어지는 다음 씬을 통해 관객들은 이 오프닝 장면이 사실은 코우와 유타의 슈가 글라스 보틀을 이용한 연극 연습이었음을 알게 되죠.
이후 둘은 진짜 유리병을 이마로 깨버리는 차력쇼로 생계를 유지하는 노숙자 ’데코’ 만나게 됩니다.
데코는 고단한 생활을 하면서도 낙관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유타가 데코에게 다소 무례하게 구는 장면이 몇 차례 있는데,
데코와 헤어지고 나서 코우가 이를 나무라자 유타는 데코의 밝은 모습을 언급하며 괜찮지 않냐고 받아칩니다.
이후 둘은 코우네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는 가게에 들어가는데,
들어가자마자 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인 코우더러 ’유타에게 예의 좀 배우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이전 장면에서 코우의 무례함을 지적한 유타의 상황과 정반대죠.
이후 가게에 찾아온 부동산 중개업자가 가게 부지를 매입하려다 잘 되지 않자 협박조로 말하기 시작하는데,
이 중개업자를 내쫓으려다 코우와 유타가 싸우기 시작하고 유타가 코우에게 마마보이냐며 비아냥대자 코우가 다시 한번 유타의 머리를 내리칩니다.
오프닝과 똑같은 레퍼토리를 보게 된 관객들은 이 또한 연극임을 알아채고 별로 긴장하지 않게 되죠.
하지만 중개업자는 이것이 연극임을 모르고 겁에 질려 도망치게 됩니다.
<슈가 글라스 보틀>은 진실과 사실의 괴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코우 & 유타 & 데코를 감시하고 사진을 찍는 경찰견,
데코의 고단한 삶을 모르는 유타,
데코한테 무례하게 굴던 유타의 모습을 못 본 코우의 어머니,
설탕유리 병을 이용한 연극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던 중개업자
이들 모두가 자신이 본 단편적인 부분만을 통해 나름의 평가와 판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 삶의 일부는 ‘사실‘에 해당하지만, 그것만 보고는 전체에 해당하는 ‘진실‘을 알 수 없으며,
우리 모두는 삶의 일부가 연극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20분 남짓한 짧은 러닝타임에 잘 담아낸 훌륭한 단편 영화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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