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과> '조각' 인물 분석(장문 및 스포 포함)

제목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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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영화 <파과> 1회차 하고 너무 좋았어서 어제 바로 2회차 하고 왔습니다. 1회차는 엄마와 함께 봤는데 엄마가 재밌긴하지만 조금 잔인하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킬러의 일대기를 다루는 영화라 저도 이부분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확실히 1회차 했을 때보다 2회차를 하니 보이는게 더 많더군요.
우선 영화를 보자마자 느낀 점은 '조각' 이라는 여성 킬러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분은 단언컨데 이혜영 배우님 밖에 없으시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담으로 이혜영 배우님이 캐스팅 된 이유가 보톡스를 맞지 않아서 라고 하시던데 왜 캐스팅이 되신지 알겠더라구요. 자연스럽게 늙은 얼굴이 한 때 레전드라고 불리었던 킬러였지만 나이를 먹고 노쇠해지는 주인공 역할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여기에 이혜영 배우님의 딕션이 다른 배우분들에 비해 또렷해서 잘 들렸고 대사를 무심히 던지는 듯 하지만 대사에 무게감과 감정이 담겨 있어서 더욱 더 집중하고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킬러 '조각' 의 연대기를 다루는데 어린시절 이름인 '손톱' 에서 '조각' 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어린 시절의 조각은 어렸을 때부터 떠돌이 생활을 하는 외톨이였는데 우연치않게 지금의 스승인 '류' 를 만나 킬러로 성장하며 류에게 '손톱' 이라는 이름을 받게 됩니다. 외톨이였던 조각은 처음으로 자신이 정착할 수 있는 공간, 장소가 생기게 되었고 이로 인해 류는 조각에게 있어 특별한 사람이 됩니다. 이 내용을 좀 더 붙이자면 설거지를 하다 다친 조각의 손가락에 데일 밴드를 붙여주는 류의 모습을 보고 이 때 처음으로 어린 조각은 '사랑' 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지만 저는 조각이 스승인 류에게 느끼는 감정이 단순히 '사랑' 이라는 단어로만 정의할 수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갈 곳 없는 자신을 받아주어 있어야 할 곳을 만들어 주고 동시에 자신을 쓸모있는 존재로 키워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 을 포함한 여러가지의 감정을 가지게 된 대상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로써 어린 조각에게 지켜야 할 대상이 생긴거죠.
하지만, 지켜야 할 대상이 생겼지만, 어린 조각은 스승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결국 어린 조각은 또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 극 중에서 죽은 스승을 보면서 자기를 혼자두고 가지말라고 외치는 장면에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ㅠㅠ 어김없이 혼자가 되어서 느끼는 고독함은 얼마나 힘들고 두려울까요. 이렇게 어린시절 조각의 삶을 보니 참으로 기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노년이 된 조각은 몸 곳곳에 수많은 상처와 주름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레전드 킬러로 활동했던 조각을 보면서 이제 늙은 조각에게는 '감정' 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였습니다. 이렇게 느꼈던 부분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 '신성방역' 의 규칙을 위배한 동료인 '장비' 를 죽일 때 였습니다. 평소라면 살해대상을 단칼에 죽였을텐데 아무래도 같이 일을 했었던 동료였기 때문에 한번에 죽이지 못하고 동요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습니다. 결국 동료인 장비가 조각이 쥐고 있던 칼을 자기 몸에 찌르면서 죽게되어 슬퍼하는 조각의 모습이 인간적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두 번째로는 상처를 입은 노견인 '무용' 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보살펴주는 장면이였습니다. 한 때는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았지만 이제는 노쇠해져 한물간 취급을 받는 자신의 모습이 늙어 버려진 무용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연민의 감정을 가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한, 자신이 살아돌아오지 못할 것을 예견해 집의 창문을 열고 그 아래 디딤 계단을 놓아 무용이 나갈 수 있게 배려해주는 모습도 인간적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각의 인간성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생각했던 장면은 무용 뿐만 아니라 자신을 구해준 수의사 '강선생' 과 그 가족을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였습니다. 특히, 강선생이 조각의 다친 손에 붕대를 감아주는 장면이 스승인 류가 조각의 다친 손에 밴드를 붙여주는 장면과 오버랩이 되는데 이 때 조각이 류를 떠올리면서 강선생이 조각에게 있어 특별한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지켜야 할 대상이 생기게 된 것이고 동시에 '지켜야 할 건 만들지 말자' 라는 스승 류와의 약속이 깨지게 된 것이죠. 그렇지만 조각은 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40년의 오랜시간동안 오롯이 혼자의 삶을 살면서 지켜야 할 건 만들지 않았죠. 이 부분은 조각이 스승인 류를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하게 여겼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극 중 인물인 조각에 대해 제 생각을 작성해봤는데 쓰고보니 어떻게 이런 입체적인 인물을 구성하셨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ㅠㅠ👍 실은 '조각' 역을 시작해서 '투우', '류' , '강선생' 역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쓰다보니 조각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나눠 쒀야 할 것 같습니다ㅎㅎ...
+ '파과' 라는 단어가 '흠집이 난 과일 또는 부서진 과일' 뜻만 있는 줄 알았는데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여자의 나의 16세' 를 이르는 뜻도 있군요. 이는 어린 조각이 '손톱' 으로 일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영화 <파과> 는 이 두 가지 의미를 모두 나타내는 중의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 '조각' 이라는 단어도 '한 물건에서 따로 떼어져 나온 작은 부분' 을 뜻하는 단어인 줄 알았는데 '짐승의 발톱' 이라는 뜻이여서 제 무지함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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