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달팽이의 회고록 비주얼이 너무 비호감이라 안 보려고 했었는데..

시놉시스만 봤을 땐 전혀 끌리지 않았고 캐릭터 디자인과 전반적인 비주얼이 비호감이어서 패스하려고 했는데, 선입견을 극복하고 극장에서 관람하길 잘했네요.
감독의 전작을 한번도 본 적이 없어 그의 작품 스타일을 잘 모르지만 비호감스러운 캐릭터 디자인도 분명 의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잔인한 소리 같지만, 정신분석학에는 어렸을때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았던 사람일수록 성인이 되어서도 극심한 고통 속에 살아간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한 환경에서 학대당하거나 방치당하며 성장한 탓에 1. 삶에 이득이 되는 건강한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을 습득하지 못했고, 2. 누적된 부정적 경험으로 인해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에 빠져있는데, 이를 통제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기에 정작 삶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속사정을 모르는 타인들의 눈에는, 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자꾸 불행으로 몰아가는 어리석고 이상한 사람들처럼 보입니다. 때문에 이들은 어려서도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외면/배제당하게 되고, 타인들 속에서 건강한 삶의 방식을 배워볼 기회 없이 증상을 악화시키게 되죠.
달팽이의 회고록은 이런 잔인하고 불공평해 보이는 악순환도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인간은 타인이 건네는 약간의 도움과 지지만으로도 스스로를 구원할 힘을 낼 수 있는 존재라고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또다른 주인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핑키 할머니는 주인공처럼 결핍된 환경에서 고통받으며 성장했음에도 악순환에 빠지지 않았기에 의미가 있는 캐릭터죠. 핑키 할머니의 삶과 존재 자체가 주인공에게는 껍질을 깨는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악순환 속에 머무를 때는 아무리 소망해도 형제와의 재회가 불가능했지만, 스스로 벗어나기를 택하자 형제가 제발로 찾아오는 결말도 의도적인 장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후반에 쓸데없이 가학적이고 과시적인 장면이 있어(전기고문..) 눈쌀이 찌푸려지긴 했지만,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밑도끝도없이 불행하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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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기분이 그래... 댓글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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