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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 전에 스포가 없는 프리뷰 후기들을 봤었기에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영화의 실망스러운 지점은 전작 데드 레코닝에서도 이미 확인이 됐었고 다만 파이널 레코닝에서는 그 부분들이 좀 심화된 것 같더군요. 좀 지루하긴 했지만 돈이 아깝지는 않았습니다.
전체적인 총평을 하자면 영화가 톰 크루즈라는 개인에 대한 나르시스틱한 헌사로 범벅이 되어있습니다. 배우가 영화 속 캐릭터로 기능하는 게 아니라, 영화가 현실의 배우를 추앙하는 모양새를 갖춰서 몰입을 깨트리는 거죠. 이 실패가 감독이나 작가의 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정황은 모르지만 이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메가스타 주연배우이자 제작자인 톰 크루즈의 입김이 아주 많이 들어간 결과라고 추정합니다. 사실 헐리웃에서 저 정도 티켓 파워를 가진 배우라면 그 사람의 말대로 영화 현장이나 시나리오 수정이 일어나곤 하는데, 게다가 제작자이기도 한 톰 크루즈의 개입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필연이라고도 느껴져서 비판의 날을 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원래부터 톰 크루즈라는 슈퍼스타의 나르시시즘으로 지탱되고 있었으니까요. 일장일단, 명과 암은 항상 같이 갑니다. 톰 크루즈의 나르시시즘으로 비행기에 매달리거나 기상천외한 스턴트를 볼 수 있었기에 그의 나르시시즘을 통제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관객의 속편한 요구일 것입니다. 미임파 시리즈는 감독이나 작가가 톰 크루즈의 개인적 요구들을 최대한 완결성 있게 다듬는 입장에 더 가까울 것이고 톰 크루즈의 지독한 헌신이 이렇게 보상받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톰 크루즈 본인은 흥행과 별개로 이번 작품에 만족스러웠을 것입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톰 크루즈의 나르시시즘을 통제할 수는 없었다 할 지라도 그것과 별개로 하나의 통일적인 작품은 만들 수 있었을 거란 점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초중반부가 꽤 괜찮았는데, 중간중간 끼어드는 플래시백이나 조연들이 어쩔 수 없이 떠벌이 설명충이 되는 문제는 좀 있었습니다만 잠수함 시퀀스가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이것 하나때문에라도 저는 이 영화를 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는 늘 통제할 수 없는 속력에서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통제해내는 액션을 보여주곤 했는데 이번에는 속도보다 자신을 둘러싼 하중 속에서 느리게 압박당하는 장면이 신선했습니다. 이건 톰 크루즈 표 스턴트에서도 나름 새로웠다고 할까요. 물 속에서 허우적 대는 액션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미션임파서블 5의 수중 다이빙 씬에서도 결국 문제가 되는 건 빠른 무엇을 피하면서 해내는 것이었죠. 이번 액션은 무겁고 큰 것이 천천히 자신을 향해 짓누르는 그것을 한정된 공간에서 피해내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이 시퀀스를 좋아하는 것은 액션의 새로움도 있지만 이 씬으로 이번 작품의 새로운 테마가 묘사되는 것도 있습니다. 톰 크루즈는 잘 알려진 씨네필이고 미임파 시리즈에 고전 영화스러운 부분들을 인용해왔습니다. (로그네이션에서 오페라 씬 같은...) 이번 작에서도 그런 부분이 꽤나 보이는데 구체적인 작품들은 제 영화사 지식이 딸려서 언급하기 어려우나 전체적으로는 ‘유령’이라는 테마가 돋보입니다. 극중 빌런인 엔티티를 유령/악령으로 치환하면 모든 게 딱 떨어지죠. 관 속에 들어가서 가면을 쓰자 그 악령과 대화가 가능해지고, 그는 그 악령을 추적하기 위해 심해에 떨어져있는 유령선 안에 들어가야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도한 유령선에는 시체들이 있고,(미임파 시리즈에서는 이렇게까지 시체를 강조하는 장면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 안에서 상자를 꺼내 유령을 퇴치할 수 있는 일종의 부적을 얻어내야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플래시백도 어느 정도는 용서가 됩니다. 그는 계속해서 과거로 회귀해야하고 그 중에서도 과거 그 자체인 유령이라는 존재를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북극까지 가는 것은 프랑켄슈타인도 좀 떠올리게 하고요.
이 느리고 육중한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고통받는 이단 헌트를 끝까지 그려냈다면 저는 이 작품이 시리즈의 대단원에 걸맞는 고풍스러움을 얻어냈다고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노쇠한 요원이 온 세계를 휩쓰는 악령에 맞서 홀로 얼음 속 가라앉은 유령선을 찾아나선다... (이 분위기를 유지했을 때 이단 헌트가 1편의 그 던 로를 조우하는 것도 더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역으로 계속해서 침잠해들어갔어야 합니다. 유령을 찾고, 유령을 가둬두고, 이 유령을 더 어찌하지 못할 때 그의 동료들이 마지막까지 뭔가를 함께 해내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그렇게 가라앉다가도 다시 활기를 되찾고 마구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이 부분이 아쉬운거죠. 이건 본인이 늙어보일 수 없다는 톰 크루즈 본인의 욕망 때문입니다. 헌사를 늘어놓고 괜히 눈물에 젖고 이런 건 다 좋습니다. 다만 작품의 통일성이 파괴되버립니다.
3, 4, 5 같은 작품들에 비교하면 이번 작품의 양분되는 이런 분위기는 특히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전작들은 하나의 분위기나 속도감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마지막 작품으로서 이단 헌트의 늙고 힘없어짐을 표현하는 동시에 (그러니까 그는 전편에서는 일사 파우스트를 잃었고 이번에는 루터를 잃습니다) 상실이라는 드라마를 보다 더 진중하게 그려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단 헌트는 영화 마지막까지 생기와 끈기가 넘치는, 영적으로는 젊은이입니다. 이러니 영화의 드라마가 흩어지고 마지막에는 케찹맛 진한 미국식 히어로이즘으로 결론이 나버리죠.
경비행기 스턴트는 정말 대단하긴 하지만, 역으로 톰 크루즈라는 배우의 스턴트가 돋보이지 영화 자체로는 그렇게 설득력이 높지는 않습니다. 격하게 움직이는 비행기에 맨몸으로 저렇게 오래 매달려서 비행기를 탈취까지 해낸다는 게 좀 믿을 수가 없고, 5편에 비해서 허풍이 심하단 느낌이랄까요. 차라리 경비행기 액션을 하되 가브리엘을 추격하거나 막는 건 실패하고 추락하되 간신히 살아난 뒤 그 이후 잠수함 액션을 했다면 조금 더 나았을 것입니다.
뭐랄까, 영화가 이것저것으로 버무려져있습니다. 탑건보다 더 한 미국방부 홍보 느낌도 강하고 한편으로는 미국 백인들의 애국판타지도 있고, 가족주의도 끼어있고요. 그 와중에도 여자캐릭터한테 사랑받는 미남 판타지도 끼어있고, 영화가 들척지근합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007도 끝이 좀 그랬는데 톰 크루즈의 미임파도 어째 끝이 영 별로입니다. 이단 헌트도 세월은 피해갈 수 없고 그는 마지막 임무를 하면서 그의 과거를 만나며 유령과 조우한다는 테마를 끝까지 끌고 나갔다면 이 작품은 그래도 훨씬 더 멋진 작별인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 저는 종종 톰 크루즈가 인기 드라마나 외화를 미임파 시리즈에 영리하게 이식하는 걸 종종 느끼는데, (미임파 3는 드라마 로스트, 폴아웃은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좀 느꼈습니다) 이번 작품의 잠수함 씬은 드니 빌뇌브의 듄 시리즈를 참조한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보게 되더군요
@ 폼 클레멘티에프가 액션을 너무 잘해서 좋았습니다. 이 시리즈는 액션 잘하는 여자배우들을 진짜 잘 뽑는 것 같아요. 헤일리 앳웰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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