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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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 스포 없는 선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을 먼저 작성합니다.
해당 영화에는 실제 시위 영상 장면이 포함되어 있고, 잘 안 보이게 블러처리 혹은 멀찍이서 촬영했지만 일부 적나라한 유혈과 사상자들이 나옵니다. 영화 내에서 꽤 잔인한 상처 표현도 있구요. 이러한 것들 때문에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수작이라 꼭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지만, 잔인한 장면을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만약 이 영화를 보신다면 이 점은 알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거의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이었는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인도보리수, 즉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어떻게 자라서 땅에 뿌리를 내리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나옵니다. 인도보리수의 씨앗은 새가 배출한 뒤 다른 나무에 착생해 성장하고, 숙주가 죽으면 땅에 뿌리를 내려 독립적인 나무로 자란다고 합니다. 사실상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은유를 맨 처음부터 드러낸 셈입니다.
한 가족의 가장으로 갓 수사판사가 된 이만은 처음에는 기소장에 서명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만의 전임이 서명하지 않아 해임된 사유인 그 기소장은 이만 역시 쉽게 서명할 수 없었지만, 결국 합리화와 변명을 통해 서명합니다. 이후에도 갓 스물 된 젊은이에게 사형 구형을 해야 하는 등 그가 자신의 커리어와 가족, 국가를 위해 해야 하는 일에 괴로움을 토로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양심이 남아 있는 개인 안에서 자라고 있던 신성한 나무의 씨앗- 즉 신이자, 국가이자, 신성한 율법은 총 도난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성장해 숙주 이만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이만과 그의 아내 나즈메 사이에는 두 딸 레즈반과 사나가 있습니다. 이 둘은 신과 정권, 율법을 중요시해 개인 특히 여성의 자유와 권리 억압을 옹호하는 부모님과는 가치관이 정반대입니다. 시위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지만 TV와 뉴스가 감추려 하는 시위의 실제 현장을 sns으로 확인하고 계속해서 의문을 가집니다. 어머니인 나즈메는 이만과 마찬가지로 보수적인 가치관이라 그런 딸들과 대립하기도 하고 친구를 가려 사귀라는 강요 아닌 강요도 하지만, 동시에 체포되었을지 모르는 큰딸의 친구 행방을 찾기 위해 지인과 남편에게 부탁하면서 그 친구를 감싸기도 하는 사람입니다. 네 명의 일가족들은 각자 성격이 다 다른, 개별적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별성은 총기 도난 사건 이후 점차 무너집니다. 잃어버린 직후의 이만은 아직 이성이 남아있고 딸들에게 솔직하게 자백해 달라며 부드럽게 애원해보기도 하지만, 결국 딸들과 아내를 친구에게 보내 심리상담을 빙자한 심문을 받게 시킵니다. 심지어 신상이 온라인에 퍼지자 잠시 도피하는 길에 자신을 촬영한 두 남녀를 총으로 겁박하고, 아내와 딸들을 ‘거짓말을 했다’며 집에 감금시킵니다. 이만이란 개인은 이미 죽었습니다. 감히 자신을 거역하고 속이고, 총이라는 권력이자 힘을 빼앗으려는 자들을 무자비하게 찍어누르는 신성한 나무가 있을 뿐입니다. 그와 대립하면서 나즈메, 레즈만, 사나 역시 이란의 정권과 광신에 맞서는 자들의 대표로 서게 됩니다. 특히 사나가 아버지를 직접 쏘는 게 아니라 땅을 쏴서 이만이 서 있던 지반을 꺼뜨리는 장면은 땅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의 비유를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결말 같습니다.
총을 훔친 범인은 결국 사나로 밝혀지지만 이유는 나오지 않습니다. 비유적인 장치라고 생각해서 이유가 특별히 중요한 게 아니라고 보지만, 추측컨대 아빠가 총을 잃어버려서 승진이 막히면 잡혀온 시위대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기소장에 서명할 일이 없어질 것이다..는 결론으로 훔친 것 같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요.
3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당장 두 번은 못 보겠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한 번 더 보러 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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