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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씨너스는 단순한 뱀파이어와 인간의 대결을 넘어서, 음악과 인종, 그리고 미국 남부의 역사적 맥락까지 한데 어우른 독특한 작품이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대립이지만, 영화는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인종 구도를 만들어내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원주민이 뱀파이어 추격자이고, 메인 빌런이 아일랜드계라는 설정, 그리고 흑인 캐릭터들과의 연대를 이루고자 하는 구성이 참신하게 다가왔습니다. 원주민과 아일랜드, 흑인, 중국인 이민자와 기득권인 백인 KKK가 어우러지는 구조가 영화의 분위기를 참 절묘하게 엮어내더군요.
뱀파이어라는 존재는 엄밀히 말해 인종과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집단을 인종에 구애받지 않고 섞어내면서도, 음악을 통해 다시금 인종 대결의 구도를 만들어냅니다. 아일랜드 민요와 블루스, 이 두 장르가 맞붙는 장면에서, 그것이 확연히 비교되는 느낌이 일품이더군요.
특히 집시처럼 모여서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에서는, 광기와 열정이 화면을 가득 메웠습니다.
2. 영화에서 새미가 애지중지하는 찰리 패튼의 것으로 알고 있었던 이 듀얼리언 기타가 상징하는 델타블루스의 힘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찰리 패튼은 1930년대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의 신과도 같은 존재로, 그의 음악은 당시 흑인들의 고통과 희망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델타 블루스는 블루스의 원형이자, 훗날 50년부터 태동한 시카고 블루스의 뿌리가 되었죠. 영화가 이 전통을 음악적으로, 또 미장센으로도 제대로 살려낸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3.영화의 핵심은 결국 인종 문제에 있습니다. 뱀파이어와의 싸움은 실제로 벌어지지만, 그 흔적은 모두 불에 타 사라지고, 마치 환상처럼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KKK단과의 총격전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뱀파이어와의 대결은 오히려 화끈하게 끝나지 않고, 물리적 충돌보다는 미묘한 위화감과 분위기로 위협을 표현합니다. 아내가 준 부적의 효과가 실제로 드러나고, 부적을 떼자마자 음악이 바뀌는 연출도 탁월했습니다.
수많은 전투에서 살아남았던 인물이 허무하게 퇴장하는 것도, 영화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관객의 감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고 느껴집니다.
사실 스토리만 보면 하루 만에 벌어지는 짧은 사건이지만, 블루스가 등장한 이후부터는 현실감이 사라지고, 마치 꿈결 같은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몽환적인 연출과 음악적 분위기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인물 간의 감정 교류도 굉장히 탄탄하게 그려져, 짧은 이야기임에도 각자의 행동에 충분한 설득력을 부여합니다.
4.뱀파이어 쪽에서 부르던 민요의 가사 중 울새를 나눠먹는다는 내용이 좀 의미심장했습니다.
울새는 신의 새로 일컬어지고 울새의 알은 새로운 생명과 시작을 의미해서 중세시대에는 결혼식에서 울새알 색으로 칠한 장신구를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울새를 모여서 잡아 먹는다는 가사가 직접적이면서도 은유적인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뱀파이어의 위협을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아닌, 어떤 알 수 없는 불안감으로 표현한 부분이 독특했습니다. 쿠키 영상에서는 다소 코믹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어,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뱀파이어를 조종하던 대장이 죽으면서 주입되던 목표가 사라지고, 영생을 사는 존재들의 허무함이 드러나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고, 워너브라더스가 제작비가 높아 폭망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는 루머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실험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음악적 분위기나 몽환적인 연출과 음악에 관심 없는 관객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5.목화밭 장면이 아이맥스 풀 스크린으로 펼쳐지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끝없이 펼쳐진 목화밭은 당시 흑인들이 처했던 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32년은 대공황의 한복판이었고, 당시 미시시피 주에는 남은 자산이 1,300달러에 불과할 정도로 극심한 빈곤이었습니다. 부채는 5,000만 달러에 달했고, 주 전체 목화밭의 4분의 1이 경매로 날아갈 만큼 절망적인 시대였죠. 사실상 흑인들에게는 마음의 여유조차 없던 시절입니다. 그래서인지 하루의 노곤함을 술과 음악으로 풀어내려 모였던 흑인들이 뭔가 묘하게 현실감이 떨어집니다.
또한, 1900년대 초 백인들에 의한 흑인 학살 사건들(털사 그린우드 학살, 붉은 여름 등)과 연결해서 보면, 영화 속 주점에 모인 흑인들이 모두 뱀파이어에게 희생당하고, 아침에 불타버리는 장면이 더욱 비극적이면서도 몽환적으로 다가옵니다. 마지막에 흑인들을 죽이러 온 KKK단을 몰살시키며 영화가 끝나는 것도, 일방적인 학살에 대한 복수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환상적으로 표현되었지만, 뱀파이어로 변해 죽은 흑인들은 실제로 백인들에게 살해당한 흑인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쿠키에서 정말 끝내줬던건 노년의 새미를 버디 가이(Buddy Guy)로 캐스팅한 것입니다. 정말 탁월했습니다. 이 노년의 새미는 마지막 남은 블루스 전설로, 지미 헨드릭스의 우상이자 에릭 클랩튼이 가장 존경하는 기타리스트입니다. 30년대 찰리 패튼이 만든 악마의 음악이 50년대 시카고에서 꽃을 피웠고, 버디 가이는 그 시대를 직접 살아낸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거의 90세에 가까운 나이임에도, 그의 존재감은 영화에 엄청난 무게감을 더해주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영화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킬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와 역사, 그리고 흑인과 이민자의 비극적이지만 그 화려한 역사가 어루만져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환상적인 장면에서도 지옥 같지만, 동시에 희망이 남아 있는 듯한 여운이 남았습니다.
7.씨너스는 단순한 뱀파이어 영화가 아니라, 음악과 인종, 미국 남부의 역사까지 깊이 있게 담아낸 작품이었습니다.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연출, 그리고 블루스의 진정성이 어우러져, 보고 나면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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