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명: 하이파이브
🗓 날짜: 2025년 5월 29일 (목)
🕑 러닝타임: 오후 8시 ~ 오후 10시 09분 (119분)
📌 장소: 압구정 CGV
🌟🌟🌟 (3/5점)
“능력이 아니라 관계, 그 어설픈 연대가 기적을 만든다”
세상에는 무수한 히어로 영화가 있지만, <하이파이브>처럼 평범한 이들이 ‘강해져야만 했던 이유’를 다루는 영화는 드물다. 이 작품은 초능력을 다루지만, 그 핵심은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생명을 이어받은 이들이 새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혼란과 충돌, 연대와 성장을 유쾌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그 안에는 요즘 우리가 마주한 사회적 현실과도 맞닿은 울림이 있다.
🧠 유치함 속에서도 보이는 진심, 그리고 사회
<하이파이브>의 설정은 명백히 만화적이다. 장기 이식자들이 각자 초능력을 얻게 되고, 그 능력을 통해 누군가와 이어지고, 결국 거대한 위협에 맞서게 된다는 구성. 얼핏 들으면 B급 유머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안에는 ‘나눔’과 ‘연결’, 그리고 ‘공동체’의 회복에 대한 은유가 숨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누군가와 연결되기를 갈망하면서도 점점 단절되어 간다. 영화는 장기 이식이라는 극단적 설정을 통해, 타인의 생명을 통해 살아간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책임과 의미를 갖는가를 역설한다. 더불어 이식자의 초능력이 곧 타인과의 연결로 인해 얻게 된 변화임을 상기시키며, 각자가 받은 ‘선물’이 오직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특히 종교를 악용하는 ‘영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현실 사회의 종교 사기 문제, 권력욕, 맹목적 믿음의 위험성 등도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평생을 영춘에게 속았던 ‘약선’의 상처는, 누군가의 진심을 믿었다가 철저히 배신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 캐릭터를 완성한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
이 영화가 울림을 가질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배우들의 연기다. 감독의 상상력이 탄탄한 연기력과 만나면서, 비현실적 설정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 '이재인'의 완서는 가장 현실적인 감정선을 가진 인물이다. 평범한 여고생으로서 초능력을 지닌 괴력녀가 되었지만, 일상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전형적 히어로물과 달리 정서적 리얼리티를 확보한다. 특히 아버지와의 감정선은 절절하다.
• '안재홍'의 지성은 능청과 진지함을 능란하게 오간다. 바람을 뿜는다는 허무맹랑한 능력조차 그의 손에선 웃음과 진심을 동시에 건넨다. 능력의 쓰임을 고민하는 ‘착한 사람’의 대표 격인 캐릭터.
• '라미란'의 선녀는 특유의 생활감 있는 연기로 팀의 중심을 잡는다. 유일하게 능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지만, 그녀는 실제 삶에서 누구보다 현실적인 리더이자 보살핌의 아이콘으로 기능한다.
• '김희원'의 약선은 가장 복잡하고 심리적인 캐릭터다. 남을 고쳐줄 수 있지만 자신은 늘 지쳐야 하는 운명. 무엇보다 과거 종교에 속아 모든 것을 바친 사람으로서, 죄책감과 분노, 그리고 회한을 오가는 깊이 있는 연기가 인상 깊다.
• '유아인'의 기동은 가장 유치하고 엉뚱한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한 인간의 고독이 있다. 그는 도박이나 무기력함으로 능력을 낭비하면서도, 처음으로 팀을 만들어 ‘쓸모 있는 존재’가 되려는 여정을 걷는다.
• 그리고 무엇보다 진영. 그는 ‘젊은 영춘’을 연기하며 단순한 악역 이상을 보여준다. 특히 신구가 연기한 노년 영춘의 말투와 억양, 눈빛까지 거의 완벽하게 재현해내며 시간의 연속성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단순히 ‘따라 한’ 수준을 넘어, 진짜 같은 인물의 전생과 현생을 보여준 연기였다. 진영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광기의 폭발은, “생각보다 잘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제 그는 배우로서 다시 봐야 할 존재가 되었다.
😕 단점: 장르적 아쉬움, 감정의 불균형, 이야기의 가벼움
하지만 <하이파이브>는 결코 완벽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그 매력의 많은 부분이 단점과 맞닿아 있다.
• 장르적 완성도 부족: 초능력이라는 설정을 중심에 두었지만, 능력의 원리나 한계, 발전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다소 부족하다. 능력 사용의 개연성이 떨어지고, 특정 장면에선 능력이 플롯 편의를 위해 작동하는 도구처럼 보일 때도 있다.
• 감정 톤의 기복: 초반에는 유쾌한 분위기로 가볍게 흐르다가, 중후반부엔 영춘과의 대립이 강조되며 갑작스레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이 변화가 매끄럽지 못해 일부 관객은 감정의 이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 과잉 설정 vs 부족한 해설: 사이비 종교, 장기 밀매, 초능력, 팀워크, 가족 드라마 등 너무 많은 소재를 욕심껏 끌어들이다 보니, 일부 주제는 충분히 소화되지 못하고 흘러간다. 특히 영춘이라는 강력한 악역이 마지막엔 허무하게 마무리되며, 갈등의 클라이맥스가 힘을 잃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은 “완벽하진 않지만 진심이 있다”는 말로 어느 정도 용서된다. 무결점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유치한 상상력 속에서도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 맺으며: 어설픈 이들이 함께 만든 작은 기적
<하이파이브>는 어쩌면 모든 것이 엉성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일지 모른다. 능력도 불완전하고, 팀워크도 삐걱거리며, 성격도 제멋대로인 다섯 명이 ‘함께’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아가 보려는 이야기. 이 엉성한 팀워크가 만든 결과물은 결코 거대하거나 찬란하진 않지만, 분명 따뜻하고 묵직한 위로를 안겨준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우리가 가진 건 크지 않지만, 함께라면 해볼 수 있어. 그게 인생이잖아.”
지금, 당신의 인생도 조금 엉성하고 버겁다면.
그리고 아직도 누구와 함께할 이유를 찾고 있다면.
<하이파이브>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누구?”
“하이! 파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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