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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위에 피어난 진실 🌱 <신성한 나무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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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명: 신성한 나무의 씨앗
🗓 날짜: 2025년 5월 26일 (화)
🕑 러닝타임: 오후 7시 30분 ~ 오후 10시 27분 (167분)
📌 장소: 용산아이파크몰 CGV

 

🌟🌟🌟⭐ (3.5/5점)

"눈부시지 않은 저항, 그늘진 마음의 기록"

 

영화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억압적인 체제 속에서 점점 파열음을 내는 사회의 초상을 정교하게 담아낸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허구의 형태를 빌리고 있지만, 사실상 이란 사회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는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2022년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된 시위, 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둘러싼 감시와 불신의 구조는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직접적으로 압박한다.

 

주인공 ‘이만’은 이란 혁명재판소 판사다. 그는 체제에 충실한 사람으로, 국가의 명령을 따르며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이중의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그에게 내려진 임무는 점점 모호한 윤리의 경계를 침범한다. 사형을 내려야 할 피고는 증거도 불충분하고, 이만은 점점 자신이 체제를 위해 얼마나 잔혹한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는지를 깨닫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족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가장이고 싶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로부터 받은 권총을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도구로 활용하게 되면서,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의 신뢰는 서서히 무너진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가장 사적인 영역조차 정치적 감시와 통제의 손길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특히 이만의 딸들이 SNS와 외부 세계를 통해 변화된 사고를 받아들이고, 그것이 점점 아버지의 가치관과 충돌하는 장면들은 이란 사회 안에서의 세대 간 단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딸들은 자유를 꿈꾸지만, 아버지는 체제를 의심할 수 없고, 그 간극은 결국 가족 내부의 균열로 이어진다. 관객은 이 과정을 지켜보며 단순한 갈등을 넘어서, 사회 구조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변형시키고 파괴하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영화는 매우 절제된 스타일로 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극적인 음악이나 과장된 대사 없이도, 침묵과 시선, 어둠 속의 그림자를 통해 관객에게 무거운 정서를 이식시킨다.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대신 시선을 피하고, 문을 닫고, 서로를 감시하는 방식으로 드러나는 긴장감은 매우 섬세하고 예민하게 다가온다. 실제 시위 영상이 삽입되며, 영화는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린다. 이로 인해 관객은 단지 극장 안의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게 되며, 영화가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영화라는 감각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점에서 완벽한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다. 초반부의 서사 전개가 비교적 느릿하게 진행되어 인물 간 갈등이 본격화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은 일부 관객에게 몰입의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만이라는 인물이 의심과 불신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심리 변화가 점진적으로 묘사되는 방식은 사실적이지만, 드라마적 긴장감을 기대한 관객에게는 다소 간극이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이란 사회의 정치적 배경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일부 설정이 낯설고, 인물의 동기와 행동에 대한 정서적 이해가 부족할 수도 있다.

 

결말이 관객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 점은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만이 왜 가족을까지 의심하게 되었는지, 그의 심리 변화가 끝까지 깊이 있게 설명되기보다는 다소 갑작스럽고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관객 입장에서는 그가 겪는 내적 갈등과 감정의 누적이 조금 더 세밀하게 묘사되어, 왜 사랑하는 이들마저 감시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좀 더 명확히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러한 점은 영화가 전반적으로 사회적 억압과 감시라는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가장 개인적이고 복잡한 내면의 변화를 세밀히 파고들기에는 러닝타임이 긴 데 비해 서사적 밀도나 정서적 설득력이 부족한 부분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 이만의 행동 변화가 끝부분에 이르러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고, 관객이 그 마음을 완전히 공감하기에는 부족함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말은 전체적으로 영화가 보여주려는 ‘감시가 일상을 침범하는 무서운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와 무게감은 매우 크다.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은 이 영화를 완성한 후, 이란 정부의 탄압을 피해 독일로 망명했으며,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실제로 정치적 제재를 받았다. 주연 배우 소헤일라 골레스타니는 여성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징역형과 태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현실을 감안할 때, <신성한 나무의 씨앗>은 단순한 예술적 창작물이 아니라 실제 탄압과 검열을 뚫고 태어난 ‘저항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하지 않고,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으며, 뚜렷한 희망도 제시하지 않는 이 영화는 그렇기에 더 오래, 더 깊게 관객의 마음에 남는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히지 않는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 묻게 된다.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우리는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가. 그것은 이란이라는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언제든 우리의 삶 안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 이야기다.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결심 속에서, 이 영화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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