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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 (2024)
_ ★ 4.5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남들을 희생하는 것에 대한 이해와 정당성의 고민.
드디어 어제 <진격의 거인>의 마지막을 보고 말았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처음 생각했던 기존의 ‘소년만화’ 이미지와는 완전히 달라 처음 볼 때 많이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 어디서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 받을지 모르는 상태로 거인의 습격을 불안해 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계관으로 시종일관 어두운 배경과 침울한 인물들의 심리 상태가 그대로 청자에게 전달되는 그늘진 그림체를 보고 있으면 우울함에 짓눌리는 느낌이 들어 계속 보기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두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고 인간의 자유를 얻고자 적(거인)을 향해 복수의 칼을 들고 목숨을 바쳐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인물들의 모습은 이 만화를 계속 보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1기를 보면서 성벽과 왕위, 금발의 인물들과 유럽풍의 옷차림을 보아 대충 ‘중세 유럽’의 배경인 줄만 알았는데 엄청난 오산이었습니다. 3기에 오면서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면서 다투게 되는 ‘역사와 정치’적인 내용과 ‘서부극’ 배경의 느낌을 추가적으로 담았으며, 4기에 와서는 (적이 곧 외부 세계의 사람들이며) 성벽 외부 세계에도 인류가 존재함이 밝혀지면서 문명화 된 ‘현대전’의 배경이 합쳐져 세계관의 확장과 꾹꾹 눌러 담았던 수많은 내용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용 이해의 혼란과 복잡한 스토리를 알아가는 과정의 재미가 양가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제정신일 수가 없는 위험한 상황들과 몰랐던 세계의 이야기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선조가 똑같이 외부 세계의 사람들에게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인물들의 감정과 생각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없을 정도로 복잡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군대(조사병단)에 속한 주요 인물들의 가치관과 생각들, 그리고 집단에 따른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며 이 작품은 어느 쪽도 정의로울 수 없는 전쟁에 대한 비극을 가감 없이 그려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영화 내용에 해당하는 4기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면, 주인공 엘렌이 ‘땅울림’(거인을 총출동하는 위력)을 발동하면서 그간 에르디아인의 거인화의 위험성을 인식하여 성벽 안 사람들을 악마화하고 박해했던 마레와 외부 세계의 멸망을 유도하게 되고 이러한 인류의 대학살을 막기 위해 (구) 조사병단을 중심으로 소수의 연합이 꾸려지면서 고군분투하는 내용입니다.
‘땅울림’으로 인해 거의 모든 인류가 학살 당하게 되는데, 여러 전투씬은 <덩케르트> (2017)를 연상할 만큼 사실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전쟁 규모와 그로 인해 발생한 수많은 희생자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외부 세계에 있지만 아무 죄 없는 아이들이 죽음을 당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더 이상 가해자도 피해자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한 무차별적 학살의 연속적인 장면들을 나열하여 공포의 대상인 거인으로부터 어떤 대항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관객에게도 전달되도록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주인공 엘렌이 동료들의 거인화 능력을 무력화하지 않고 그들이 자신을 대항하는 것의 자유를 부여하면서 결국에는 자신을 막을 수 있도록 차선의 선택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최후에는 주인공 엘렌과 시조 유미르의 죽음을 통해 8할의 인류 학살로 땅울림과 거인의 존재 그리고 이 전쟁은 끝이 납니다.
엘렌은 사실 자신이 벌인 모든 것을 미래를 보는 능력을 통해 알고 있었고, 회상씬을 통해 주변 인물들의 기억을 지운 것이 되살아나면서 엘렌의 시각에서 다시 이야기를 돌아보며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자신과 외부의 희생을 선택한 것이 드러나는데 이러한 비극을 시간을 역행하여 보여줌으로써 더욱 더 영화의 내용을 서정적으로 여운을 짙게 만들었습니다.
과거에 시조 ‘유미르’는 프리츠 왕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그를 위해 계속해서 자신의 힘을 이용 당하는 것을 선택했고, 이와 대조적으로 현재 ‘미카사’가 엘렌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가 원했던 대로 그를 죽이면서 전쟁을 끝내는 것을 통해 과거와 현재에 겹쳐지는 내용의 연속으로 인해 결말부 클라이맥스의 극대화를 불러 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곳에서 본 것처럼 만화의 구성을 시간 순으로 배열한 것이 아닌 중반부에 해당하는 ‘시간시나 구 함락’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덕분에 개연성 있으면서도 유려하게 몰랐던 이야기를 끌고 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떡밥 회수를 정말 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만화가 나오기 전부터 작가에게는 이미 완벽할 정도로 완성된 스토리의 구상이 있었던 듯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양한 후기가 담긴 쿠키 영상과, 함께 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마무리 멘트는 기존의 애니팬들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이 영화를 멋지게 완성시켜 엔딩 크레딧을 흐뭇하게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선택의 중심 인물인 엘렌, 가장 많이 성장한 아르민, 순정을 보여주는 미카사와 유미르, 일관적인 선배의 멋을 보여주는 한지와 리바이, 리더의 품격을 갖춘 엘빈까지 등등 여러 인물의 시점에서 그리고 유사한 실제 역사와 비교하며 처음부터 천천히 ‘꼭’ 다시 보고 싶은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언급한 것은 정말 새 발의 피일 뿐, <진격의 거인>을 심도 있게 보신 분들은 엄청나게 많은 생각들과 이야기들을 주제로 훨씬 더 재밌게 얘기 나누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좀 별로였지만, 운 좋게 교환으로 얻은 오티들의 후면 그림이 작품을 다 보니 의미 있는 장면으로 남아 소장한 굿즈에 더 정이 가네요. (개인적으로 오티가 계속 살아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전에 저의 어설픈 질문에도 친절한 답변으로 내용 이해에 도움 주셨던 무코님들과,
(https://muko.kr/movietalk/15499126?rid=12852234)
너무나도 부족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로 마칩니다.
덕분에 대장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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